포스코 투데이 기고 14회

이메일 쓰기

직장인의 하루 일과는 이메일 확인으로 시작해서 이메일 작성으로 끝이 난다. 청와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청와대의 전자업무관리 시스템인 ‘e지원’을 통해 전자메일로 대통령께 보고드리고 피드백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때 염두에 두었던 것들을 공유하고자 한다.

첫째, 제목에 신경 쓴다.

제목을 보고 당장 읽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고 ‘낚시질’이 돼선 곤란하다. 이를테면 나의 경우 ‘양극화 연설에 관한 언론 보도 분석’이라고 쓰지 않았다. 이것은 ‘소재’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 ‘양극화 연설의 부정적 언론 반응에 대한 대응책’이라고 썼다. 그래야 더 읽어보고 싶지 않은가. 핵심내용을 함축적으로 담되, 궁금증을 유발하려고 했다.

제목 다는 연습을 하려면 신문 제목을 유심히 보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제목 앞에 [단순참고], [의사결정 요망], [긴급] 등의 설명을 붙이게 했다. 대통령이 봐야 하는 보고 메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둘째, 본문 첫 줄에 심혈을 기울인다.

모든 글이 그렇듯 초두효과는 강력하다. 이런 첫 줄은 최악이다. ‘~에 관해 보고드립니다.’ 중요한 첫 줄을 허공에 날려버렸다. 빈틈없는 작성 과정에 관한 믿음을 줘야 한다. 메일 받는 사람이 이런 생각을 갖게 해야 한다. ‘최선을 다해 작성했고 이대로 하면 되겠구나.’

예를 들면 이렇다. ‘공보수석실과 두 차례 회의하고, 경제수석과 사회수석의 조언을 듣고 작성했습니다만, 청년층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미진합니다.’ 나 혼자 얼렁뚱땅 작성한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동시에, 부족한 점까지 자백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메일을 읽는 사람은 미진한 부분만 내가 의견을 주면 되겠구나 생각한다. 신뢰의 바탕 위에서 자기 역할에 충실하게 된다. 메일을 보낸 사람이 만든 프레임에 갇힌 것이다.

셋째, 친근감을 표현한다.

메일은 편지다. 공적인 비즈니스 메일을 보낼 때에도 편지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게 좋다. 외부에 보내는 메일은 용건부터 말하기보다는 간략한 안부 인사를 먼저 하는 게 바람직하다. 하지만 상투적인 인사는 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 ‘귀사의 일익 번창하심을 기원합니다.’ 같은 문구 말이다.

메일 내용도 가급적 구어체를 사용하는 게 낫다. 메일 받는 사람과 만나 대화하듯 쓰는 것이다. 그러나 이모티콘, 은어(ㅠㅠ, ㅎㅎ), 유행어, 가까운 관계에서나 쓰는 어투는 절제해야 한다.

넷째, 간단 명료가 최고 미덕이다.

프랑스의 소설가 빅토르 위고는 출판사에 ‘?’만 써서 편지를 보냈다. 출판사에서 이렇게 답신이 왔다. ‘!’. 물음표에 느낌표로, 다시 말해 책이 잘 팔리고 있느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한 것이다. 상대방도 잘 아는 내용이면 두괄식으로 결론부터 쓰자. 하지만 상대가 잘 모르는 내용이면 길어지더라도 미괄식으로 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도대체 무슨 소리야? 자초지종을 차근차근 얘기해봐.’라며 짜증 낼 것이다.


<설득의 기술이 담긴 메일 작성법>

첫째, 구체적으로 쓴다.

추상적이고 애매모호하면 설득되지 않는다. ‘나는 창의적이다.’라고 어필하고 싶으면 ‘창의적이다’라고 하면 안 된다. 창의적이라는 것을 뒷받침해주는 일화, 성과 등을 구체적으로 써줘야 한다. ‘~을 하자’고 주장하고 싶으면 그것을 해야 하는 구체적인 이유와 논거를 제시해야 한다.

둘째, 공감 가게 쓴다.

공감을 일으키는 방법은 상대방의 상태가 어떠한지 정확하게 알고 쓰는 것이다. 상대방의 심정, 입장, 처지, 관점 등을 헤아려본 후 그것을 바탕에 깔고 써야 한다. 그래서 ‘저 사람이 내 마음을 알고 썼네.’라는 느낌을 갖도록 해야 한다.

셋째, 타당하게 쓴다.

설득이 되기 위해서는 설명이 잘 돼야 하고, 설명을 잘하기 위해서는 사실이 풍부해야 한다. 개념적•역사적•통계적•학술적 사실에 밝아야 한다. 자료를 열심히 찾아봐야 한다. 그리고 그런 사실을 비유•예시•비교를 통해 잘 표현해야 한다. 논리적으로도 원인과 결과, 즉 인과관계에 맞게 쓴다.

넷째, 이익과 손해를 강조한다.

이렇게 하면 당신에게 어떤 이익과 혜택이 있고, 무슨 도움이 되는지 알려준다. 안 했을 때 손해를 말해주는 것도 효과적이다. 사람은 이익보다 피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사소하지만 중요한 팁 일곱 가지>

1) 첨부한 문서도 본문에 붙여주거나, 너무 길면 요약해주자. 바쁠 때에는 별첨 문서를 열어보는 것도 귀찮을 수 있다. 또한 첫 페이지가 나오도록 저장해서 보내자. 별첨 문서를 열었을 때 마지막 쪽이 나오면 처음으로 스크롤해 올라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편지 봉투를 열었는데 마지막 장부터 보이면 기분이 좋겠는가.

2) 단체 메일은 가급적 지양하자. 누구나 특별하게 대접받고 싶다. 메일은 개별적으로 보내자. 연말연시나 명절에 보내는 단체메일은 안 보내는 만도 못하다. 일종의 공해다. 단체메일을 보내더라도 ‘수신자’는 숨기고 보내자.

3) 이메일은 누군가에게 공개되고 기록으로 남는다는 사실을 유념하자. 사적으로 보낸 메일이란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4) 편집에 정성을 기울이자. 밑줄이나 굵은 글씨, 색깔 넣기 등으로 읽는 사람이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돕자.

5) 메일을 보냈다고 끝이 아니다. 열어봤는지 확인해야 한다. 문자나 메신저를 보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도 방법이다. 받은 메일 역시 최대한 신속하게 열어보고 회신해줘야 한다. 다만, 거절하는 메일은 심사숙고했다는 의미에서 뜸을 들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매일 보내는 시간도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유시민 전 장관에게 조언을 구했는데 다음날 아침에 확인해보니, 새벽 2시에 답신이 와 있었다. 그가 얼마나 책임감 있고 성실한지 알 수 있었다.

6) 이메일을 데이터베이스화 하자. 주고받은 메일은 그 자체가 업무일지다. 추후 확인을 위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과 주고받은 메일은 이력 목록을 작성해서 업무에 늘 참고했다. 면피용으로 메일을 활용하지는 말자. 내가 이렇게 보냈다는 증빙을 남기기 위해 보내는 경우다. 이런 경우는 상대방이 그 의도를 알고 불쾌해하기 십상이다.

7) 메일 주소를 거듭 확인하자.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를 국회의장 등 3부 요인에게 8월 14일 저녁에 보내주라는 지시를 받았다. 아뿔싸. 국무총리에게 보내야 할 경축사가 다른 곳에 갔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한 것이다. 다행히 잘못 보낸 이메일 주소는 오래전부터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만약 살아있는 메일 주소였다면 광복절 아침 조간신문에 경축사 내용이 대문짝 만하게 보도될 뻔했다. 아찔한 순간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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