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투데이 기고 13회

아들에게 물려주고픈 글쓰기 비법 6가지

아들에게 나의 50여 년 인생 경험을 물려주고 싶다. 아들이 최대한 짧은 시간에 경험을 습득하고, 시행착오를 최소한으로 겪으며 나의 경험을 섭취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 인생의 고비에서 아들이 겪고 써야 하는 글에 관해 말해주고 싶다. 어찌 보면 가장 먼저 익혀야 할 글쓰기이고 직장생활에서 필수적인 글이다.

칭찬하는 글
상사가 부하에게 하는 말은 칭찬 아니면 꾸중이다. 잘 들어보면 그렇다. 정도에 따라 ‘매우 칭찬’, ‘그냥 칭찬’, ‘그냥 꾸중’, ‘매우 꾸중’이 있을 뿐이다. 칭찬과 꾸중을 조화롭게 잘 구사하는 상사가 유능한 사람이다. 부모도 그렇고 선생님도 그렇다. 물론 꾸중보다는 칭찬이 많은 게 바람직하다. 사람은 칭찬을 먹고 자란다. 훌륭한 상사는 칭찬을 공부하고 연구해서 한다. 칭찬할 대상에 관해 충분히 알고 난 후에, 그 사람이 무엇을 잘했고, 잘했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앞으로 무슨 일을 좀 더 했으면 좋겠다는 것까지 얘기한다. 그러기 위해선 여간 노력이 필요한 게 아니다. 나태주 시인의 <들꽃> 한 구절처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영혼 없는 칭찬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 실제 상황이나 사례를 들어서 구체적으로 해야 한다. 그렇다고 과하면 안 된다. 조미료 많이 넣은 음식은 느끼하다.

글 쓰는 사람에게는 스스로 하는 칭찬과 위로가 필요하다. 자신을 믿고 사랑하는 사람이 잘 쓴다. 나를 믿지 않는 사람이 어찌 내 안의 나를 꺼내 쓸 수 있겠는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누구를 사랑하며 누구에게 관심이 있겠는가. 스스로 대견해하며 자신을 남에게 보여주고 싶은 사람이 잘 쓸 수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 칭찬과 위로가 필요하다. 잘 되지 않았을 때 자신을 토닥토닥해야 한다. ‘그럴 수 있다. 누구나 그런다. 그 정도면 잘했다. 다행이다.’ 잘 됐을 때 기탄없이 칭찬해야 한다. 조금 잘난 체하고 과시해도 좋다.

꾸짖는 글
꾸중도 애정의 표현이다. 부하와 조직을 사랑하는 상사는 화를 낸다. 나는 아내에게 자주 혼이 난다. 술을 많이 마시기 때문이다. 혼내는 것도 방법이 중요하다고 느낀다. 우선 사실을 말해야 한다. 무턱대고 “어떻게 허구한 날 술이냐”고 말하지 말고, “이번 주에만 월, 화, 금 세 번째다” 이렇게 적시해줘야 한다. 그다음에는 자신의 심경을 말해야 한다. “당신 때문에 내가 너무 힘들다” 그리고 상대 입장에서 이유를 설명해줘야 한다. “당신 건강이 걱정돼서 못 마시게 하는 거야” 그래야 술을 절제한다.

우리 국민은 결과나 과정보다 심정이다. 적어도 서양보다 그렇다. 심정은 과정과는 다르다. 마음이다. 직장에서 아래 직원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고 해보자. 평가 결과나 직원의 평소 품행과 성과보다는 ‘내 진심 알지?’(심정)을 강조한다. 당신이 이러이러 해서(과정), 내가 이렇게 평가했다(결과)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심경을 넣어줘야 한다. 결과보다 과정이고 과정보다 심정이다. 그래야 공감한다. 사실에 심정을 추가해줘야 한다. 정을 담아야 한다. 합리적이진 않지만 그럴 때 비로소 공감이 가는 경우가 많다. 글 쓰는 사람이 감정노동을 해야 하는 이유다.

꾸중할 때 조심해야 할 게 있다. 인격을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 극단적인 표현을 쓰지 않는다. 남과 비교하지 않는다. 과거를 들추지 않는다. 근거 없이 의심하지 않는다. 한 번만 한다.

거절하는 글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거절할 일이 많다. 거절은 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스트레스다. 거절하는 게 어려운 이유는 관계 악화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모든 사람과 좋은 관계로 지내고 싶다. 그러나 생각해보라. 하고 싶은 일, 해야 하는 일만 하기에도 시간과 돈이 모자란다. 거절할 것은 확실하게 해야 한다. 모호한 답변은 거절당하는 상대에게 도움이 안 되고, 자신의 정신건강에도 해롭다.

거절에는 기술이 필요하다. 부탁하는 사람의 얘기를 끝까지 잘 듣는다. 이것만 잘해도 절반은 성공이다. 듣고 나서 곧장 답하지 않는다. 중요 사안일 때에는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도리어 부탁한다. 거절할 때에는 사과의 말부터 한다. ‘예-그러나(Yes-But)’ 화법도 괜찮다. 거절하는 이유를 분명하게 말해준다. ‘대응’해서 모면하려 말고 ‘반응’해줘야 한다. 대안이 있을 경우 제시해준다. 부탁하는 사람이 원하는 것은 세 가지다. 첫째, 존중받고 싶다. 거절당할 때 당하더라도 정중하게 거절당하고 싶다. 둘째, 거절당하는 이유를 알고 싶다. 셋째, 당장은 거절당하더라도 다음 기회를 갖길 원한다.

사과하는 글
우리는 사과에 인색하다. 서양인은 ‘미안합니다(I’m sorry)’, 일본인은 ‘스미마셍’을 입에 달고 산다. 하기는 어렵지만, 하고 나면 잘했다고 생각하는 게 사과다. 하지만 잘해야 한다. 잘못하면 역효과가 난다. 우선, 타이밍이 중요하다. 빠를수록 좋지만, 준비 없이 빠른 것은 독이 된다. 사과 내용이 명료해야 한다.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하면 안 된다. 사과 방법을 정서적으로 호소할 것이냐, 논리적으로 해명할 것이냐를 고민한 뒤 사과 수준을 유감•사과•송구•사죄 등으로 정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다. 구체적으로 인정해야 한다. 조건을 달면 안 된다. 자신이 포함돼야 하며 대책을 밝히고 실행해야 한다. 말로 끝내서는 안 되고 조치를 행동에 옮겨야 한다. 그리고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필요하다.

‘CAP 룰’이라는 것이 있다.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사과해야 할 때 반드시 들어가야 할 내용과 비중이다. 현재 상황의 요약과 반성 그리고 피해자에 대한 안타까움 표시(Care & Concern•30%), 피해자 보상 등 향후 대책(Action•60%), 재발 방지 약속(Prevention•10%)이다.

사과문에서 네 가지는 독이다. 첫째, 내가 한 게 아니다.(부인) 둘째. 나는 모르는 일이다. 회피), 셋째, 그럴 의도는 아니었다. (변명), 넷째, 나만 그런 게 아니다.(전가). 여섯 가지는 필수다. 1.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구체적으로 서술(시인) 2. 진심으로 뉘우침(반성) 3. 피하자 등에게 미안함을 절절히 표현(사과) 4. 잘못의 근본적 원인 파악(규명) 5. 보상, 대책 등(책임) 6. 재발 방지 약속(다짐).

위기 대처 글
위기가 닥쳤을 때 그것을 한마디로 규정해야 한다. 위기상황이 되면 언론들이 뭔가를 쓰기 위해 안달한다. 이때 신속성이 생명이다. 위기일수록 밖에서는 정보에 목말라하며, 정보 공백 상황이 지속될수록 위기는 증폭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사실이 전부는 아니다. 잘못한 게 없더라도 밖에서 잘못한 것으로 보면 그것도 사실에 속한다. 공중의 시각, 즉 ‘인식’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진짜 사실과 밖에서 믿는 사실, 이 두 가지를 다 봐야 한다. 그게 객관적인 관점이고, 사태를 직시하는 것이다. 사실은 파악하는 것으로만 끝내서도 안 된다.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사실 인정’에서는 세 가지가 중요하다. 첫째, 마지못해 해선 안 된다. 먼저 그리고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둘째, 조건을 달면 안 된다. 쿨하게 인정해야 한다. 셋째, 내가 주어가 돼야 한다. 핑계와 책임 전가, 부인과 반발은 위기를 더 키울 뿐이다. 그런 인식 위에서 한마디로 규정한다. “이번 사태는 이것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한마디를 찾아야 한다. 최대한 나에게 유리하면서도, 밖에서 인정하는 한마디를 찾아야 한다. 유리함과 인정 사이에서 절묘한 위치를 찾아 거기 서야 한다. 내게 유리할수록 좋겠지만, 그리하면 밖에서 믿어주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을 고려해야 한다. 그 한마디에 따라 파장의 크기와 행로가 결정된다.

축하와 위로하는 글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축하해야 할 일도 제법 생긴다. 천하의 명문을 쓰겠다고 끙끙댄다. 졸업식이나 생일 카드 하나 쓰는 것도 힘이 든다. 그럴 때면 축하받는 사람을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겠다는 의욕에 불탄다. 제발 그러지 마시라. 감동 주려고 욕심부리기보다는 욕먹지 말기를 권하고 싶다. 예를 들어 졸업식에 가서 욕먹지 않는 축사를 하려면 두 가지는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한 가지는 덕담이고, 다른 한 가지는 메시지다. 덕담은 대상을 빠트리면 안 된다. 학생, 선생님, 부모님, 학교는 필수이고 내빈은 선택이다. 내용은 축하, 감사, 칭찬, 위로, 격려 등 다섯 가지다. 당연히 학생과 부모님께 ‘축하’ 인사를 해야 한다. 선생님과 학교 그리고 내빈에게는 ‘감사’ 표시를 해야 한다. 학생과 학교에 대해서는 아낌없이 ‘칭찬’한다. 공부하느라 고생한 학생과 뒷바라지한 학부형에게 노고를 ‘위로’하고, 학생들에게는 잘 될 것이라고 ‘격려’한다. 덕담의 대상과 내용만 빼놓지 않고 넣으면 기본은 한다.

메시지는 더 쉽다. 평소 자기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나 자신의 ‘인생관’을 소개하고, 그에 관한 일화나 경험을 들려준다. 이것이 가장 자연스러우며 의미도 있고 쓰기도 쉽다. 특별히 내세울 만한 자기 것이 없어도 상관없다. 꿈, 도전, 열정, 혁신, 정의, 리더십, 사랑, 감사, 우정, 진실, 실행력, 겸손, 희망 등 일반적으로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이 많다. 이 가운데 한두 가지를 골라 포털 검색 화면에서 찾아보면 된다. 시작은 ‘존경하는’이나 ‘사랑하는’이면 되고, 끝은 ‘다시 한 번’이나 ‘거듭’ 축하하며 앞날의 ‘행복, 행운, 건강, 건승’을 기원해주면 된다. 어렵지 않다.

힘들고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필요한 네 가지가 있다. 위로, 칭찬, 격려, 권면이다. 이것만 있으면 좌절하지 않는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이 가운데 가장 힘이 되는 것은 위로다. 어려울 때 필요한 것이 위로이기 때문이다. 위로에 들어갈 내용은 세 가지다. 첫째, 위로받는 사람의 심정과 처지를 알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 둘째, 희망과 용기를 주는 것이다. 긍정의 언어가 필요하다. 셋째, 도울 일을 찾아 있는 힘껏 돕겠다는 내용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위로는 더욱 값지다.

글에 정답은 없다. 내가 글쓰기 주인이라는 사실, 내가 쓰면 그것이 글이라는 엄연한 사실을 믿자. 나답게 쓰면 좋은 글이다. 내가 쓰는 게 정답이다. 그것이 남을 향한 축하, 위로, 거절, 꾸중이 됐든 자신을 향한 성찰의 기회가 됐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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