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엔지니어링 사보 기고

대화를 죽이는 3적(敵), 대화를 살리는 3덕(德)

지난 연말 교민들께 글쓰기 강의하러 미국에 갔다. 영어를 못하는 내 귀에도 자주 들린 말이 있다. ‘배리 굿’, ‘리얼리?’, ‘원더풀’, ‘그레이트’, ‘판타스틱’. 뭐가 그리 놀라운지 연신 몸을 부들부들 떤다. 리액션 최고다. 가식이 아니다. 몸에 배어 있다. 자동발사다. 말하는 사람은 신이 난다.

공감 없는 대화
우리 대화에는 경탄이 없다. 상대의 말을 이해하기에 앞서 분석한다. 한편으로는 긍정적인 분석을 한다. 저렇게 말하는 배경, 맥락, 취지, 의도는 무엇일까. 동시에 부정적 분석도 한다. 속셈, 꿍꿍이, 본심을 파헤친다. 텍스트뿐 아니라 콘텍스트를 파악하는 역량이 세계 최고다.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호락호락하지 않다. 우리 국민 누구나 정치평론가, 교육·부동산 전문가다. 한마디로 똑똑하다. 속아 산 세월이 길어서인지 잘 믿지 않는다. 말을 듣는 척하면서 머리를 굴린다. 그런 결과로 감정이입과 역지사지가 되지 않는다. 상대의 심정, 마음을 읽지 못한다. 상대방의 처지, 입장, 상황을 알지 못한다. 공감은 감정이입과 역지사지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대목이다.

틀린 건 없다
대화와 토론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3적을 물리쳐야 한다. 첫 번째 적은 ‘틀렸다’는 소리다. 늘 누구는 맞고 누구는 틀린다. 사람들은 틀렸다는 소리를 들을까봐 정답만 찾는다. 정답을 빨리 찾는 사람이 대접받는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정답은 과거의 것이다. 새로운 미래를 열어주지 못한다. 세상에 틀린 건 없다. 어떤 것도 일어날 수 있다. 과거에 틀린 게 지금은 맞다. 지금 맞는 게 내일은 틀릴 수 있다. 지금까지 맞았던 것과 다른 것이 새로운 것이다. 맞는 것만 좇으면 과거에 머물 수밖에 없다.

다른 게 좋은 것
두 번째 적은 다른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다양성 존중? 턱도 없다. ‘우리가 남이가?’ 단일성을 강조한다. 다르면 왕따 되기 십상이다. 그러다 보니 안전하게 묻어가려고 한다. 심지어 밥 먹으러 갈 때도 먹고 싶은 것을 얘기하지 않는다. 집단적으로 추종하고 다른 의견에 동조한다. 내가 의견을 냈는데, 부하 직원이 반론을 제기하거나 토를 달면 분통을 터트린다. ‘너, 내게 감정 있냐? 나한테 왜 그래? 왜 사사건건 시비를 걸어? 한번 해보자는 거야?’ 다름을 견딜 수 없다. 다르면 적이다. 공존의 상대가 아니다. 타도와 배제의 대상이다. 대화가 될 턱이 없다. 융합과 통섭의 시대에 동종교배는 공멸이다. 다른 것이 섞일 때 새로운 것이 나온다.

나누면 커진다
대화를 가로막는 세 번째 적은 공유마인드 결여다. ‘내가 어떻게 얻은 지식, 경험, 정보인데, 날로 먹으려 들어? 미쳤어, 나눠주게.’ 나눠줌으로써 더 큰 파이를 나누겠다는 생각 보다는 나눠주면 경쟁에서 불리해진다는 생각이 팽배하다. 경쟁 일변도 조직 분위기가 초래한 결과다. 상대도 알고 깨달음으로써 상태가 나아졌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 없다. 그렇게 했을 때 상대도 내게 줄 것이라는, 그래서 모두에게 이익이라는 믿음이 없다.

회사에서 대화는 일처리의 원동력이요 윤활유다. 대화 매너를 지키는 일이야말로 조직의 효율과 구성원의 행복감을 높이는 길이다. 대화를 살리는 세 가지 미덕이 있다.

짧고 굵게
무엇보다 간결하게 말해야 한다. 말의 거품을 거둬내고 자신의 말 점유율을 줄인다. 주도하고 관철하려 하지 않는다. 그러기 위해 두 가지가 필요하다. 그 하나는 경청이다. 다른 하나는 대화 목적에 충실한 것이다. 칭찬, 꾸중, 거절, 사과, 지시, 보고, 설명, 설득, 타협, 부탁, 친목 등 목적에 맞게 말한다. 지금 왜 대화하고 있는지 초점을 잃지 말자. 회사에서의 대화 시간은 모두 돈이다.

쉽고 정확
쉽게 말하기 위해서는 비유와 예시가 필요하다. 정확한 말 역시 두 가지가 필요하다. 사실과 논리다. 사실은 통계, 인물, 역사, 이론이다. 이런 사실이 풍성하고 오류가 없어야 한다. 또한 논리적으로 타당해야 한다. 논리는 근거와 인과관계다. 그렇게 말하는 이유와 근거가 분명하고, 말의 앞뒤가 사리에 맞아 상대방이 고개를 끄덕이게 해야 한다.

밝고 진지하게
어투와 말씨에도 신경 쓰자. 대화하면서 과도하게 불만, 험담, 분노를 표출하는 것은 자승자박이다. 당장은 반응이 나쁘지 않지만 뒤에서는 욕한다. 또한, ‘불가능하다’와 같은 부정적인 말도 삼가는 게 좋다. ‘~같다’, ‘~라고 보여진다’ 등 자신 없고 무책임한 말투 역시 믿음을 주지 못한다. 몸짓과 표정에서도 열정과 확신이 읽혀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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