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투데이 기고 10회

“글을 잘 쓰게 만드는 환경은?”

문서를 만들어내는 생산라인이 중요하다. 글쓰기 환경이 좋으면 좋은 생산품이 나온다. 품질 좋은 문서를 나오게 하는 환경에 관해 알아보자.

첫 번째 환경은 잘 알려주는 것
아는 것만큼 잘 쓸 수 있는 게 글이다. 구성원이 가진 지식, 경험, 정보가 공유되는 환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글을 쓰는 이유, 배경, 맥락, 목적, 취지, 의도를 잘 알려줘야 한다.

고등학교 시절 카드섹션이란 걸 했다. 내가 들어야 할 차례에 맞춰 카드를 든다. 그러면 전체적으로 그림이 그려진다. 선생님이 깃발을 드는 순간 일제히 들어야 한다. 다른 색깔을 들면 선생님께 불려나갔다. 불안과 초조 속에서 들어야 할 순서를 기다린다. 그러나 내가 지금 무슨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는 몰랐다.

그림 퍼즐 맞추기를 한다. 퍼즐을 모두 맞췄을 때 무슨 그림이 그려지는지 알고 맞추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천지차이다. 완성된 그림을 모르고 맞추면 잘 맞추기도 어렵고 재미도 덜하다. 그저 조각 모양과 일치하는 자리를 찾는데 급급하게 된다.

대우 재직 시절, 증권사 직원인데도 대우 자동차를 팔아야 했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다 김우중 회장을 모시러 비서실에 갔다. 임직원들이 왜 차를 팔아야 하는지 회장께 직접 들었다. 그것도 오랜 시간 여러 번 들었다. 차를 팔지 않는 직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람은 누구나 알면 움직인다. 마음이 움직이고 몸이 움직인다. 그리고 내게 아는 것으로부터 소외돼 있는지 아닌지 본능적으로 안다. 아는 것으로부터 멀어져 있으면 회사 나가기 싫다. 왠지 답답하다. 소통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알려주면 이해가 될 뿐 아니라 주인 대접 받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때로 ‘너만 알고 있어. 너니까 얘기해주는 거야’라고 한다. 가장 기분 나쁜 말은 ‘너는 몰라도 돼’이다.

대우증권 사장님은 회장께 차를 팔아야 하는 이유를 잘 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차를 팔지 않는 직원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사장님은 임원에게, 그리고 부서장에게 잘 전달했을 수 있다. 그러나 내가 들은 얘기는 ‘회장이 팔라고 하니까 차 팔아.’가 전부였다.

회사에 강의하러 가보면 서로에게 얼마나 잘 알려주고, 정보가 공유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직원들 표정에 나타난다. 알려주자. 글을 잘 쓰게 만들려면 알려줘야 한다.

글을 잘 쓰게 만드는 두 번째 환경은 잘 들어주는 것
사람은 누구나 인정받고 싶다.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고자 한다. 이를 위해 말을 하고 글을 쓴다. 그것으로 자신을 드러낸다. 잘 들어만 줘도 인정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위나 아래나 마찬가지다.

신입사원 시절, 상사를 잘 만났다. 그분은 내말을 경청했다. 그리고 칭찬해줬다. ‘너는 어디서 그런 걸 알아오니? 좋은 아이디어야. 그것 한번 해보자.’ 나는 그분께 말하려고 독서하고 학습했다. 말할 거리가 생기면 기뻤다. 다음날이 기다려졌다.

상사만 이런 책임이 있는 게 아니다. 아랫사람도 상사 말을 잘 들어줘야 한다. 그리고 칭찬해줘야 한다. 아첨이 아닌 아부는 필요하다. 아부는 상사에게 하는 칭찬이다. 칭찬하는 것에서 그쳐서도 안 된다. 말을 잘 들어준다는 것은 그 말이 좋은 결과를 내게 도와주는 것이다. 자신의 말과 글이 조직의 변화와 발전에 영향을 미치고, 나의 말과 글에 사람이 영향 받아 움직일 때 존재가치를 느낀다. 자아실현 욕구가 충족된다. 회사 다니는 이유가 분명해진다.

글을 잘 쓰게 만드는 세 번째 환경은 좋은 관계
내가 잘해서 상사가 더 윗 상사에게 꾸중 듣지 않고, 승진도 빨리 할 수 있게 돕겠다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상사가 잘 되고 못 되고는 나 하기에 달렸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보람과 성취감이 있다. 내가 일의 주인이 된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갖기 위해서는 상사를 좋아해야 한다. 문제는 이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상사는 배역 자체가 악역이다. 지적질하고 쪼는 것이 상사 본연의 역할이자 임무다.

방법은 있다. 상사는 집에서 나설 때 가면을 쓴다. 그 가면 뒤의 그 사람 자체를 보면 된다. 관심을 갖고 관찰해야 한다. 그러면 알게 된다. 알고 나서 나쁜 사람 없다. 알면 이해가 되고, 이해가 깊어지면 공감한다. 다른 사람이 ‘저 상사 또 성질낸다’고 쑥덕거릴 때 ‘저 상황에서 그럴 만하다’고 이해한다. ‘그럴 줄 알았다’고 공감한다.

상사도 좋아하게 만들 책임이 있다. 잘 알려주고 들어주는 것은 기본이다. 부하직원의 성장을 도와야 한다. 부하 직원이 띄워주면 뜨고 가라앉히면 가라앉는 생각으로 부하직원의 역량을 키우는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 성과와 공을 독식해서도 안 된다. 나눠줘야 한다. 잘못된 결과에 대해서는 떠안아야 한다. 완벽하게 책임져줘야 한다. 실패와 실수에도 관대해야 한다. 재기의 기회도 줘야 한다. 그럴 것이라는 믿음이 필요하다.

행복해야 잘 쓴다
결국, 글을 잘 쓰게 만드는 환경은 구성원 개개인이 행복하게 글을 쓸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언제 행복한가? 인정받고 있다고 느낄 때다. 내가 적어도 열등하지는 않다, 어느 정도 역량이 있고 존재가치가 있다고 느낄 때 행복하다. 주변과의 관계가 좋아야 하는 것도 행복의 필수조건이다. 내가 적어도 소외되지 않고 있다, 안정적인 소속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하고, 남을 돕고 남과 더불어 협력할 때 행복하다. 끝으로 무언가를 성취했을 때 행복하다. 그것이 의미가 큰 것이면 만족감은 배가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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