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투데이 기고 7회 “구성틀을 가져라”

“구성틀을 가져라”

온라인 서점에 자주 간다. 가는 이유는 책의 목차를 보기 위해서다. 목차를 보면 얻는 게 많다. 최근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새로운 지식을 습득한다. 글쓰기에 필요한 영감을 얻기도 한다. 목차 한 줄이 내가 써야 할 글의 주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무엇보다 독자를 끌어당기기 위해 글의 구성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목차야말로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고 책에서 떠나지 못하도록 치밀하게 짜인 각본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학교 다닐 적 글의 구성에 관해 배웠다. 서론-본론-결론(3단), 기-승-전-결(4단),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5단), 언제-어디서-무엇을-왜-어떻게(6하원칙) 등. 그러나 이것으로는 글을 쓸 수 없다. 글은 덩어리의 집합이다. 서론, 본론, 결론은 덩어리가 아니다. 구체적인 구성요소의 결합으로 글은 써진다.

구성요소란?
모든 글에는 구성요소가 있다. 일기는 사실과 느낌, 다시 말해 오늘 한 일과 느낌 점을 쓴다. 칼럼은 현상-진단-해법이란 구성요소로 쓴다. 부동산 상승에 관한 칼럼을 쓰려면 현상(떳다방, 모델하우스 장사진, 강남 집값 상승)-진단(공급부족의 문제인가, 투기세력이 개입했는가)-해법(공급 확대 혹은 금융 및 세제 조치) 등으로 쓴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홍보하는 글은 장점-특징-이익·혜택으로 쓴다. 자기소개서는 성장과정-성격과 역량의 장단점–지원 동기–입사 후 포부 등이다. 이렇게 구체적이다.

말도 마찬가지다. 회장이나 사장이 임직원들에게 하는 격려사는 구성원이 이룬 업적과 성과 나열-감사 표시-안주(安住) 경계, 경각심 부각-미진한 과제, 향후 목표 제시-역할 당부-회사의 보답 계획–함께 분발하자. 이러면 된다. 행사 등에 관한 축사는 더 간단하다. 축하-의미부여(대단한 행사다)-기대표명(앞으로 더 발전했으면 좋겠다)-거듭 축하-덕담(건승 기원 등)

회사에서 쓰는 보고서는 더욱 그렇다. 문제점을 해결하는 보고서는 현황-문제점-해법-기대효과, A, B안 혹은 시행 여부를 놓고 의사결정을 하는 데 필요한 보고서는 A, B(가, 부)의 비교 기준 제시–장단점 비교–평가–제안–제안대로 했을 때 기대효과와 부작용 순이다. 목표 달성을 위한 보고서는 목표 제시-현재 위치 진단-갭을 줄이기 위한 전략-구체적 일정 계획-목표 달성 지표 제시-달성 시 포상 계획 등을 밝혀야 한다.

구성법을 익히려면
칼럼을 잘 쓰고 싶으면 좋아하는 칼럼리스트의 칼럼 20~30편을 출력하여 구성요소가 무엇인지 파악해보면 된다. 마음에 드는 칼럼의 구성요소에 내용만 내 것으로 바꿔서 칼럼을 쓸 수도 있다. 연설문도 마찬가지다. 국가기록원, 청와대나 총리실 홈페이지에 가면 각종 연설문이 공개돼 있다. 그 구성 틀에 맞춰 내용만 바꿔줘도 된다.

보고서는 두말 할 것이 없다. 보고서에 들어갈 수 있는 구성요소를 망라해보라. 많아봤자 50개를 넘지 않는다. 보고서의 중간제목에 해당하는 것들이다. 이것만 있으면 기획안, 제안서, 품의문, 협조전, 회의나 출장 결과 보고서, 공지문 할 것 없이 무엇이든 쓸 수 있다. 구성요소의 조합이 보고문서이기 때문이다. 포털사이트에 가보면 직장에서 쓰는 글의 구성요소를 채집할 수 있다. 반나절만 시간 내면 종이 한 장에 정리 가능하다. 책상에 붙여놓고 문서를 써야할 때 한 번 읽어보자. 그 중 몇 개를 조합하는 것이 문서 작성이다. 그 능력이 기획력이다. 참고로, <대통령 보고서> (위즈덤하우스), 회장님의 글쓰기(메디치미디어)에도 여러 유형의 보고서 구성요소를 밝혀 놓았다.

나는 이렇게 쓴다
회사에서 문서 작성하는 방법은 다섯 가지다. 첫째, 첫줄부터 쓴다. 첫줄에 따라 다음 줄을 쓴다. 자동차를 컨베이어벨트에서 조립하는 방식이다.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주제문에서 출발할 수도 있다. 핵심 주제문을 쓰고, 그렇게 말하는 이유를 밝히고, 근거를 대는 방식이다. 기발한 첫줄이나 주제문이 떠오르면 성공할 확률이 높다.

두 번째는 개요부터 짜고 쓴다. 설계도를 그리고 집을 짓는 방식이다. 글의 얼개, 짜임, 구성, 개요, 전개를 만들어놓고 쓴다. 쓰기의 정석이다. 그러나 어렵다. 처음과 끝을 모두 알아야 한다. 개요를 짜고 쓸 수 있는 사람은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을 먼저 쓰고 시작하기도 한다. 일관성 있고, 논리가 분명하며, 뺄 것도 빠진 것도 없는 글을 쓸 수 있다.

세 번째는 단락 단위로 쓴다. 짧은 글을 여러 개 만들어 합체한다. 선박을 건조할 때 한 부분씩 만들어 도크에서 조립하듯, 구성요소 중심으로 쓰는 방식이다. 단락은 열 문장을 넘지 않는다. 하나의 단락은 그것만으로도 하나의 완전한 글이다. 그 단락에서 전하고자 하는 것도 한가지다. 모든 문장은 그 하나를 향해 수렴한다. 전하고자 하는 내용이 두 가지 이상이면 단락을 나눈다.

네 번째는 낱말 퍼즐 맞추기다. 아는 단어부터 빈칸을 채운다. 그러다 보면 모르는 단어 칸도 채워진다. 나는 아는 것, 생각나는 것부터 쓴다. 그러다 보면 첫줄도 생각나고 결론도 만들어진다. 마인드맵 방식이다.

끝으로, 블록 쌓기 방식이다. 어린아이가 레고 블록을 잔뜩 놓고 요리조리 조립해보는 것과 같다. 브레인스토밍 방식이라고도 할 수 있다. 모든 것을 다 쏟아놓고 불필요한 것을 걷어낸다. 양으로 승부한다. 이 방식의 성패는 얼마나 다양한 블록을 갖고 있느냐이다. 풍부한 자료를 확보하는 게 관건이다.

결국 감이다.
글의 구성능력은 스토리텔링 능력이다. 이 능력은 말하기로 키울 수 있다. 말하다 보면 좀 더 솔깃하게, 그리고 쉽게, 설득력 있고 재밌게 말하려고 노력한다. 남이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으면 비유와 예시를 동원한다. 믿지 않으면 통계와 이론 같은 근거를 들이댄다. 같은 말도 “너 그것 알아?”, “큰일 났다.”하면서 주의를 끌고 시작한다. 말을 먼저 하고, 이후에 쓰면 듣는 사람의 반응을 내 글에 반영할 수 있다. 쓰기 전에 먼저 말해보라. 그래야 구성 감각을 키울 수 있다.

중학교 다닐 적, 우연히 한국 중단편 소설을 접했다. 정말 야했다. 그때부터 야한 장면을 찾기 시작했다. 찾다 보니 목차만 보면, 아니 제목만 봐도 야한 장면을 찾아낼 수 있게 됐다. 그래서 지금도 책의 목차를 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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